정치, 사회, 경제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기후 이슈가 의사결정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에너지와 기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시야를 한층 넓히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엔라이튼이 <에너지&기후 전문가 특별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전문가 필진 5인의 깊이 있는 시각을 통해 통찰력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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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심각한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인해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에서는 폭우의 원인 중 하나를 기후위기로 보고 있으며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갈수록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국가에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게 된 시점은 그보다 한참 후인 2020년인데요, 이러한 국가적 감축목표를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말 NDC를 제출했으나, 이후 1년 만에 이를 수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NDC를 제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나라는 왜 NDC를 수정하게 된 것일까요?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닿는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의제가 된 ‘NDC’를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파리협정의 척추(Backbone) ‘투명성 체계’
신동혁 공업연구사 /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는 새로운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이하 NDC)’를 UN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NDC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홍수, 산불 등 기후재난이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기후위기의 본질적 원인 중 하나인 온실가스를 줄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명시된 NDC가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발표한 NDC에서는 지난 2020년에 설정한 감축목표를 보다 상향했다. 2020년에 제출한 NDC에서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약 24.4%를 감축할 것을 목표했으나, 이번에 다시 제출한 NDC는 2018년 총배출량(727.6백만톤)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NDC에서 명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30년까지 매년 평균 4.17%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달성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3.56%), 미국(3.07%), 영국(2.91%), 캐나다(2.38%)의 연평균 감축률보다 가파르고 도전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NDC란 무엇이고, NDC는 왜 제출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1년 만에 기존 목표를 변경하여 NDC를 제출한 것일까?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2015년에 체결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기존 교토체제에서는 선진국을 비롯한 개별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하향식(top-down) 방식을 채택했다면, 파리협정 하에서는 모든 개별 국가가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도입했다.
‘NDC’는 이러한 개별 국가의 자발적 감축목표가 담긴 문서로, 파리협정을 채택한 모든 당사국은 ‘의무적으로’ NDC를 UN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당사국이 제출한 NDC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자발적으로 목표한 내용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해당 국가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당사국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미 몇몇 국제 NGO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는데 그것이 큰 대수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NDC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NDC가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파리협정 1.5℃ 목표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기준선이자 한계점으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1.5℃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목표이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합심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30년 감축목표를 명시하고 있는 NDC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써 당사국의 행동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모든 당사국은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2015년에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 결정문에서는 각국에 2030년까지의 구체적 계획을 담은 제1차 NDC를 2020년 말까지 제출하고 이를 5년마다 갱신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인해 개도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정해진 기한까지 NDC를 준비하여 제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UN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파리협정 결정문에 따라 당사국들이 제출한 NDC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모든 국가별 NDC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한 ‘NDC 종합보고서(NDC Synthesis Report)’를 주기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UN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지난해 제26차 당사국총회 개최를 앞둔 2021년 10월 25일에 당사국 NDC를 종합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파리협정 당사국 192개국 중 165개국의 NDC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165개 당사국의 2019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약 52.4GtCO2eq 수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4.1%를 차지하는데,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NDC를 충실히 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당사국들이 NDC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감축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예상되는 앞으로의 배출량은 어떻게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4.8GtCO2eq이 예상되며, 2030년까지 배출량이 더 늘어 약 55.1GtCO2eq 수준에서 배출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목표연도인 2030년까지의 예상 배출량인 약 55.1GtCO2eq는 1990년(34.6GtCO2eq) 대비 약 59.3%가 증가한 것이며, 2010년(47.3GtCO2eq) 보다도 약 16.3%가 증가한 수치이다.
여기서 특히 2010년과 비교되는 수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총회에서 도출된 ‘IPCC 1.5℃ 특별보고서’에서는 앞서 언급한 파리협정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수준 대비 약 45% 감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당사국들이 내놓은 2030년 감축목표는 2010년보다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양을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결국 현재 제시된 목표로는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이에 제26차 당사국총회 기간에 맞춰 개최된 ‘세계정상회의(World Leaders’ Summit)’에 참여한 다수 국가 정상들은 파리협정 1.5℃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이 제출한 2030년 감축목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러한 공감대는 제26차 당사국총회 결정문인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에도 그대로 담겨, 결정문에서는 당사국들이 기존에 제출한 2030년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이를 2022년 말까지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최근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승인하기 위한 총회에서도 마찬가지로, COP26 이전까지 제출된 NDC로는 21세기 이내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정비했고 그 결과 첫 제출 이후 1년 만에 더 강화되고 급격한 감축 의지를 담은 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은 NDC가 당사국의 감축목표와 관련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곤 한다. 하지만 NDC에는 감축목표뿐 아니라 적응, 재원, 기술, 역량배양, 투명성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6개 분야에 대한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적응’이라는 것은 이미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재원·기술·역량배양’이라는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부분들이라 할 수 있다. 각국 NDC를 모두 분석한 NDC 종합보고서 역시 감축 관련 내용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6개 분야에 대한 목표의 설정 방법, 이행 현황, 계획, 갱신사항 등의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파리협정에서는 전 지구적인 목표를 설정해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별 당사국의 목표는 자발적으로 세우도록 권고했다. 따라서 각 당사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어떻게 큰 틀에서의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란, 파리협정의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의 전 지구적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공유함으로써 각 당사국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목표의식을 높여주기 위한 하나의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투명성체계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개별 당사국의 이행현황을 검토하고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전 지구적 이행점검은 개별 당사국의 노력을 포함하여 전 세계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잘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체계라 할 수 있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에는 감축, 적응, 이행수단 및 지원 등의 내용이 포괄적으로 다뤄지며,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감축 및 적응을 위한 노력과 현황, 국제협력 우수사례, 재원·기술·역량배양의 한계 등의 정보가 종합된다.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IPCC에서 작성하여 보고하는 IPCC 종합보고서 또한 전 지구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대상 자료로 포함되며, 앞서 언급한 NDC 종합보고서 역시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지구가 잘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인 만큼 전 지구적 이행점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은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대로 2023년부터 5년마다 시행될 예정이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 시행되면 비로소 우리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종합적인 정보를 주기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 COP26에서 NDC와 관련해 결정된 주요 사항 중 하나는 NDC의 공통 이행 기간(Common Time Frames)에 당사국들이 합의했다는 점이다. 당사국별로 NDC 이행 기간을 5년으로 해야 한다, 10년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이행 기간은 5년으로 합의되었다. 이로써 2025년에 제출하는 NDC에서는 2030∼2035년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게 되고, 2030년에는 2035∼2040년 목표를 제시하게 된다. 이에 앞서 전 세계는 2025년과 2030년 목표를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제시한 목표는 분명 강화되고 야심찬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 수준일 뿐이다. 결국 모든 당사국이 함께 노력해야만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8년여 남은 기간 동안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비로소 우리는 파리협정 목표에 근접하게나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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