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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에너지/기후 특별 칼럼] 5. ‘탄소중립’ 용어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

2022.06.23 목요일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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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경제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기후 이슈가 의사결정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에너지와 기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시야를 한층 넓히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엔라이튼이 <에너지&기후 전문가 특별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전문가 필진 5인의 깊이 있는 시각을 통해 통찰력을 키워보세요!

💡 Editor’s Comment

​여러분은 언제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셨나요? 아마 대부분 2020년 전후를 말씀하실 텐데요, 놀랍게도 탄소중립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등장한 시기는 그보다 10년도 더 전인 2008년쯤이라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권에서는 20세기부터 사용된 용어라고 하죠.​

어느새 너무 익숙하게 자리잡은 용어 “탄소중립”! 그런데 용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의문이 듭니다. 왜 하필 ‘탄소’, 그리고 ‘중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일까요? 기후위기와 ‘탄소’, ‘중립’이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저자이신 민창기 교수님의 고찰과 해석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용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관련 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탄소중립’ 용어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

민창기 교수 / 중부대학교

요새 탄소중립이란 단어를 국내 언론지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이 용어가 등장한 시기는 2008년 전후다. 특별히, 정부의 1차 에너지기본계획(’08년 8월) 상에선, 정책 세부 사업으로 ‘탄소중립형 주택’ 등의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논문이나 보고서 위주로 간간이 사용되다가, 2020년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곳곳에서 탄소중립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림 1. 2050 탄소중립 선언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탄소중립이란 단어를 사용해 왔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된 1992년 6월 리우회의 개최 전후로 해외 문헌을 살펴보면, 산림(Forest)이나 바이오매스(Biomass) 자원을 지칭하여 ‘탄소중립적(Carbon-neutral)’이라 표현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후 2006년에는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서 ‘탄소중립적(Carbon-neutral)’을 올해의 단어(Oxford Word of the Year)로 선정한 적도 있었다.

그림 2. 2006년 옥스퍼드 사전 올해의 단어 선정
(출처 옥스퍼드 출판사)

탄소중립이란 무엇인가?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채택되었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보면,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을 ‘특정 기간에 대해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감축량이 전지구적으로 ‘균형’을 이룬 상태’로 정의한다. 여기서 균형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감축량이 일치하여 순배출량이 0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Net Zero CO2 Emissions)’와 동일하다.​

한편, 2020년 유럽의회(EU Parliament)에서 발간한 보고서 「유럽의회의 탄소발자국 – 탄소중립을 향해」에 따르면,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정의된다. 두 보고서 간 탄소중립에 대한 정의가 다른데, IPCC 보고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유럽의회 보고서에선 온실가스를 그 감축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에선 어떤 의미로 탄소중립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환경부 기후변화홍보포털 사이트를 살펴보면, 탄소중립의 의미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정부가 발간한 다른 자료에서도 탄소중립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뜻풀이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림 3. 탄소중립의 정의
(출처 환경부 기후변화홍보 포털)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생긴다. ‘똑같은 탄소중립이란 표현이지만, 어디서는 이산화탄소라 하고 어디서는 온실가스라 하여 헷갈린다. 도대체 무엇이 맞는 걸까?’,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한다고 한다고 했는데, 그럼 왜 중립이란 표현을 썼을까?’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다소 혼동스러운 표현이었다. 검색을 해봐도 명쾌한 답을 찾을 수도 없었기에, 나름대로 추정을 해봤다.​

첫 번째 의문에 관한 것. 탄소중립에서 ‘탄소’는 당연히 이산화탄소를 가리킨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중 하나이지만 그 비중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그 온실효과 기여도1)도 약 55%다. 온실가스 중에서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능동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관리 및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핵심 감축대상과 그것의 발생영역을 타겟팅하기 위해 ‘탄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

이 때 누군가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쳐도, 이산화탄소가 모든 온실가스를 포괄할 순 없지 않느냐?’ 맞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온실가스를 ‘대표’할 순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온실가스 관련 통계 수치를 보면 CO2 eq2) 라는 단위가 사용된다. CO2 eq 값은 온실가스별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는 에너지원별 사용량을 석유에너지에 관한 toe3) 단위로 환산하는 것과 유사하다. 석유가 모든 에너지원의 기존단위로 사용되는 것처럼, 이산화탄소 또한 모든 온실가스를 대표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탄소’라는 표현이 온실가스를 대표한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림 4.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 추이 (단위: C02 eq)
(출처 IEA)

두 번째 의문에 관한 것. 탄소중립이란 표현은 해외에서 사용되어 오던 ‘Carbon Neutrality’를 번역한 것이다. 여기서 Neutrality를 어원적으론 보면 ‘분쟁 상황에서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어떤 입장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미를 탄소중립에 적용하면, ‘탄소(온실가스)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상태’라는 뜻이 된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해석은 다소 엉뚱하고 부적절해 보인다. ​

Neutrality의 다른 의미로 ‘전기적 중성’이란 뜻이 있다. 이는 전기적으로 양성(+)도 음성(-)도 아닌 상태를 뜻한다. 이는 어떤 입장이나 가치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고 특정 물리량에 관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Neutrality를 물리적인 차원으로 해석하여 ‘배출되지도 흡수되지도 않는 상태’로 정의한다면, 탄소(온실가스)에 대한 Neutrality(중립)은 탄소(온실가스)가 배출되지도 흡수되지 않는 상태니깐, 결론적으로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란 의미가 된다.

그림 5.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쇄
(출처 Pixabay)

다만, ‘왜 이리도 어렵게 Neutrality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사실 이건 Neutralize(Neutrality의 동사적 표현)의 의미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Neutralize‘상쇄시킨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뜻을 배출량에 적용해보면, ‘배출량을 상쇄시킨다’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배출량만큼을 상쇄시켜서 0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중립’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렇게 살펴본 ‘탄소’와 ‘중립’의 의미만 가지고는 아직 2% 부족하다. 탄소중립 뜻풀이에 ‘순(net) 배출량’이란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온실가스 흡수량을 제외한 최종 배출량이란 뜻이다. 앞서 해석한 탄소중립이란 표현에다가 이 ‘순’이란 의미까지 더하면 이제 탄소중립의 온전한 의미가 완성된다.​

한편, 탄소중립과 동의어로 ‘넷제로(Net-Zero)’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순(Net) 배출량이 0(Zero)가 되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 넷제로와 탄소중립의 각 표현에 담긴 근원적 의도는 같지만 각 용어의 일차적 의미와 뉘앙스는 다르다.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는데, 첫째로, 탄소중립이란 표현에는 그 핵심 감축대상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만 넷제로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둘째로, 넷제로라는 용어가 탄소중립보다 그 감축목표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런 차이점들을 고려해볼 때, 감축대상을 강조하는 데 있어선 탄소중립이, 감축목표를 강조하는 데 있어선 넷제로가 더 효과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아싸리 두 단어 장점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탄소제로’ 같은 표현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단어에도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

한참동안 이러저러한 단어의 의미들을 고민하다보니, ‘이거 본질적인 것도 아닌데 너무 현상적인(혹은 표현적인) 것에 쓸데없이 집착한 게 아닌가’란 회의감도 잠시 찾아왔었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란 용어는 국제적인 구호이자 시대적 아젠다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 표현이 적절한지 한번 고민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탄소중립이란 뜻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단, 이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니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1) 온실효과 기여도 : 온실가스별 배출량과 영향력을 고려하여, 온실가스별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의 수준을 % 단위로 나타낸 것​

2) CO2 eq : 온실가스 종류별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수치로 표현한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

3) toe(ton of equivalent) : 에너지단위로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열량을 1toe로 정의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정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기업 ​엔라이튼은 혁신적인 IT 기술 역량과 금융 솔루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 에너지 IT 플랫폼 기업입니다. 국내 최초로 CDP 인증을 획득하였으며, 국내 최대 규모 IT 플랫폼 ‘발전왕’을 보유해 1.3만개소, 2.5GW 이상의 태양광 발전소를 RE100 이행 기업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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